[서드앵글]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7일 2025년 노벨 물리학상을 존 클라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미셸 드보레(Yale University), 존 마티니스(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 3인에게 공동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전기회로에서 거시적 양자역학적 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의 발견"을 수상 이유로 꼽았다. 이들의 연구는 양자암호, 양자컴퓨터, 양자센서 등 차세대 양자기술 개발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존 클라크(John Clarke)는 영국 출신으로 1968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UC 버클리로 이주해 초전도성 연구에 매진했다. 특히 SQUID 검출기 개발과 응용 분야의 권위자로, 극저주파 NMR 신호 검출부터 암흑물질 탐지까지 다양한 응용 연구를 수행했다.
미셸 드보레(Michel Devoret)는 파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클라크의 연구그룹에 포스트닥으로 합류했으며, 현재 예일대학교와 UC 산타바바라에서 연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존 마티니스(John Martinis)는 당시 박사과정 학생으로 이 연구에 참여했으며, 후에 양자컴퓨팅 분야의 선구적 연구자가 되어 구글의 양자 우월성 실험 등에도 기여했다.
상금은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20만 달러)로 세 수상자가 균등하게 분배받는다. 수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대 양자역학 연구에 이정표 세워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기초과학 연구가 어떻게 혁신적인 기술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양자기술 시대의 서막을 연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받고 있다.
양자역학은 일반적으로 원자나 아원자 입자 수준의 미시적 현상에서만 관찰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은 1984-1985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서 진행한 일련의 실험을 통해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의 큰 시스템에서도 양자역학적 효과를 관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는 물리학의 근본적 질문 중 하나인 '양자역학적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시스템의 최대 크기는 얼마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의 실험은 수십억 개의 쿠퍼 쌍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입자처럼 행동하는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양자역학을 거시적 규모로 확장시켰다.
수상자들이 구축한 실험 장치는 초전도 전기회로를 기반으로 한다. 약 1센티미터 크기의 마이크로칩에 두 개의 초전도체를 얇은 절연층으로 분리한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을 만들어 전류를 흘렸다. 이 회로에서 쿠퍼 쌍들은 집단적으로 행동하며, 전압이 없는 상태에서도 전류가 흐르는 초전도 현상을 보였다.
핵심은 이 시스템이 양자 터널링을 통해 '제로 전압 상태'에서 탈출하는 현상을 관찰한 것이다. 고전역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입자가 벽을 '관통'해서 지나갈 수 있다. 이들은 이러한 터널링이 거시적 규모에서도 일어남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또한 시스템이 특정 크기의 에너지만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에너지 양자화' 현상도 확인했다. 마이크로파를 가해 에너지 준위 간 전이를 유도하고, 이것이 양자역학 예측과 일치함을 보여줬다.
이들의 발견은 에르빈 슈뢰딩거의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과 연결된다. 이론물리학자 앤서니 레깃(Anthony Leggett)은 수상자들의 실험이 거시적 시스템에서도 양자 중첩 상태가 가능함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비록 실험 시스템이 실제 고양이보다는 훨씬 작지만, 수많은 입자들이 집단적으로 양자역학적 예측에 따라 행동한다는 점에서 슈뢰딩거 사고실험의 물리적 구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존 클라크는 발표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서 내 인생 최대의 놀라움이었다. 우리 연구가 노벨상감이라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이들의 연구는 오늘날 양자컴퓨팅 혁명의 기초가 되었다. 특히 초전도 큐비트(superconducting qubit) 기술의 핵심 원리를 제공했으며, IBM, 구글 등 주요 기술기업들이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의 근간을 이룬다.
SQUID(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는 이들의 발견을 응용한 대표적 사례로, 현재 10^-18 테슬라 수준의 극미세한 자기장까지 측정할 수 있어 뇌자도 측정, 지구물리학 연구, 암흑물질 탐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존 마티니스는 후속 연구에서 이번 발견의 에너지 양자화 원리를 직접 활용해 양자컴퓨터 실험을 수행하기도 했다. 양자화된 상태를 정보 저장 단위인 큐비트로 사용해 최저 에너지 상태와 첫 번째 여기 상태를 각각 0과 1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노벨위원회는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가 양자암호, 양자컴퓨터, 양자센서 등 차세대 양자기술 개발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물리학 노벨위원회 위원장인 올레 에릭손(Olle Eriksson)은 "100년 된 양자역학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을 축하할 수 있어 기쁘다. 양자역학은 모든 디지털 기술의 토대가 되어 매우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발견은 '인공 원자(artificial atom)' 개념으로도 응용되고 있다. 케이블과 소켓을 통해 연결할 수 있는 대규모 원자와 같은 시스템으로, 다른 양자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하고 이해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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