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드앵글]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는 극단적인 상황을 다루지만, 배경에 깔린 갈등과 분노는 현실 그대로다.
청년 실업, 전과자 낙인, 성범죄 관리 부실, 학교 폭력 방관, 기업의 안전 불감증, 전세사기, 간호사 ‘태움’까지. 우리가 매일 뉴스에서 보는 장면들이 드라마 속으로 그대로 들어왔다.
이야기는 결국 총기 난사로 끝난다. 놀랍다기보다, ‘이 정도면 실제로도 가능하겠다’는 불편한 생각이 들게 만든다.
지금의 한국은 이미 갈등이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경쟁은 치열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는 낮다. 남녀, 세대, 빈부, 지역… 어떤 경계든 갈등의 불씨가 된다. 직장에선 갑질과 편법이 여전히 살아 있고, 사고가 나도 책임은 흐려진다. 학교·병원·군대처럼 닫힌 공간에서는 폭력이 아직 관습처럼 이어진다.
트리거의 총기 사건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분노와 갈등을 오래 방치한 사회가 끝내 어떻게 폭발하는지를 보여주는 압축된 장면이다. “총기범이 된 피해자”라는 설정은 특히 씁쓸하다. 때로 우리는 가해자 속에서 피해자의 그림자를 보기 때문이다.
총기가 없어도 문제는 심각하다.
언어 폭력과 혐오, 제도의 방치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갈등이 폭발하기 전에 흡수하고 완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조정 시스템, 정신건강 지원, 책임 추궁의 투명성, 그리고 문제 제기를 공론화하는 콘텐츠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트리거 속 한국은 허구지만, 현실의 한국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아무 일 없기를’ 바라기보다, 갈등을 미리 해소하는 사회가 필요하다. 그것만이 진짜 공포를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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