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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미중 90일 관세 연장의 숨은 그림... 트럼프&시진핑 경주 담판 예고

3dangle 2025. 8. 12. 10: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미국 백악관

[서드앵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중국과의 '관세 휴전'을 90일 더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5월 맺은 90일 관세 유예 조치가 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나온 이번 결정은 단순한 시간 벌기가 아니란 해석이 나온다. 오히려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간 운명적 담판이 펼쳐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의 '강경 일변도' 한계 드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정책은 지난 2월부터 예측 불허의 롤러코스터를 보여왔다. 초기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최대 145%까지 관세율을 올렸다가, 5월 12일 상호 관세를 30%와 10%로 대폭 인하하는 극적인 반전을 연출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트럼프의 강경 일변도 전략이 중국 같은 강대국을 상대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은 미국의 초고율 관세에 125%의 보복 관세로 맞서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정면 대응을 선택했다. 상호 관세율이 100%를 넘어서면서 양국 간 실질적인 교역이 사실상 중단되자, 미국 수입업체들의 주문 취소가 잇따르고 중국산 화물이 항구에 방치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중국의 '맞불 전략'이 통했다

 

중국의 강경 대응은 트럼프 행정부로 하여금 전략 수정을 강요했다는 평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통적인 '신형 대국관계' 원칙을 바탕으로 미국과 정면충돌보다는 '맞대응'을 선택했지만, 핵심 이익에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중국은 내수 시장의 거대함과 공급망의 다변화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경제적 압박을 견뎌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하며, 중국이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훨씬 더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주 APEC, 미중 관계의 분수령 될까

 

이번 90일 연장의 핵심은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이 내년 APEC 의장국인 만큼 시진핑 주석의 참석은 거의 확실시되며, 트럼프 대통령도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G20 이후 약 6년 만의 미중 정상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LA항. 사진=LA항만청

'거래의 달인' 트럼프의 계산법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연장을 결정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계산이 깔려있다. 우선 국내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초고율 관세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정치적 리스크가 컸다.

 

또한 트럼프는 자신을 '거래의 달인(Deal Maker)'으로 자부해왔는데, 중국과의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 없이 강경책만 지속하는 것은 그의 정치적 브랜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로 예상되는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타이완 문제와 기술 수출 규제를 둘러싼 기존의 강경 기조를 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도 전략적 유연성 발휘

 

중국 역시 무조건적인 대결보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안정적인 토대 위로 되돌리고 싶어한다"고 밝혔으며,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베이징 방문도 사실상 '특사'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도 내부 경제 압박과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다만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영유권 같은 '핵심 이익'에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에게는 기회인가, 위기인가

 

경주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미중 정상회담은 한국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세계 최대 두 경제대국의 정상이 한국 땅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외교적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미중 양국이 한국을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더 분명한 입장을 취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0일 후 진짜 승부는 시작된다

 

이번 관세 휴전 연장은 본격적인 미중 담판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 양국 모두 경주 APEC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11월 이후 더욱 치열한 무역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초청이 있었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중국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상호 불신이 깊다"는 상황이어서 쉽게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트럼프의 90일 관세 연장은 강경 일변도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거대 양국 간 진짜 담판을 경주에서 벌이겠다는 전략적 선언으로 읽힌다. 세계 경제의 미래가 한국 땅에서 결정될 역사적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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